고1때 였나보다.

키우던 두 마리 강아지가
어느 암컷과 눈이 맞았는지...
하나씩 집을나간 후
신기하게 생긴 녀석을
어머니께서 데리고 집에왔다.

꼬리는 똥처럼 말리고,
온몸엔 주름이 자글자글..
눈알은 튀어나와서
그리도 신기하게 생길수가 없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찌보면 귀엽긴한데,
다른 개들에 비해 예쁘다곤 볼 수 없는 종,
'퍼그'
주름은 자글자글, 큰 눈은 충혈되어있고 자주 눈꼽까지 낀다.
더운 여름엔 주름이 너무 깊어, 피부병까지 생긴다.
생긴것과는 다르게
멍청하리만큼 순하디 순한 녀석...
그래서 어머니가 이름을 '순돌이'라 붙여주셨다.
실제 행동도 둔하고 멍청했다.

그렇게 녀석은 '식구'가 됐다.

그간 키우던 녀석들처럼 똘망똘망 하고 귀여운구석이 적어선지
대할때 '예쁘다... 예쁘다...' 하진 않았던것 같다.
그래도 집에 들어갈땐 항상 나와서 그 둔한 몸짓으로 반겨주고,
옆에와서 머리 만져달라고 계속 들이밀던 행동에 어쩌다 가끔 귀여움도 있었다.
자기전 내 침대옆에 앉아있는 녀석 머리를 항상 쓰다듬고 긁어줬다.

사람처럼 코를 곤다.
이녀석은 신기하게 늘 내방에서 자려고했는데,
그때마다 드르렁 거려서 짜증날때도 많았다.
코가 납작해 그런거라 이해는 했지만,
소리크기가 사람만큼이다.
여느 강아지들처럼 애교같은건 찾아보기 힘든
그런 녀석.
그렇게 코나 골며 조용하게 자라갔다.

순돌이에게 세상은 참 좁았을거다.

후꾸처럼 차타고 애견까페한번 가본적 없고,
고수부지 잔디밭에서 신나게 뛰어본 적도 없었다.
그저 동네 한바퀴 휘~~~ 산책하는게 전부인 녀석에게
세상은 손바닥만 했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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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너해 전부터 다리를 절기 시작했다.
뒷다리가 얇아지고 힘이 없어 걸음이 뒤뚱뒤뚱.
이미 보통 강아지들의 수명을 넘어섰으니
병원에 데려갈 생각은 아예 하질 않았던것 같다.

내가 군대에 있을때 순돌이는 지독한 피부병으로 죽을뻔 했단다.
몇 해전 숨을 너무 거칠게 헐떡거려 심장사상충이 들어간줄알고 병원에 데려갔다.
그렇게 두 번 정도 병원문턱 밟아봤을거다.

한 2년 전쯤부터 천식걸린 사람처럼 자주 가쁜숨을 내쉴때도,
식구들은 '갈때가 됐다보다'며 그냥 두기로했다.


결혼후...
이젠 주에 한번 녀석 보기도 힘들었다.




그렇게 열 여덟해가 흘렀구나.

아버진 대답대신 무겁게 고개만 가로저으셨다.

노무현 대통령이 떠나던날
순돌이도 떠났단다.
평소처럼 찬 바닥에 엎드려, 코를 골다가... 천식처럼 거친숨 내쉬다가
그렇게 갔을거다.
주변 사람들 돌아가셨을때보다 아마 마음이 더 허전할거다.
내가 철없는 여드름쟁이일때부터 나와 함께 자란 녀석이니까.
더 사랑을 많이 주지 못해 미안해서...
가슴은 어느때보다 무겁구나.

마지막가는길 함께해야할 식구였는데
그러질 못해서...

맥주를 좋아했었지.
빈 밥그릇에 채워줘야할지도 모르겠다.

하늘엔선 뻥뚫린코로 신나게 숨쉬며 어렸을때처럼 성큼성큼 달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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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했던 내동생 순돌이 랍니다.








2009/06/08 16:49 2009/06/08 16:49
분류없음 l 2009/06/08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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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oradori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퍼그친구 이름이 순돌이 였군요. 울 엄마가 젤 이뻐하는 강아지도 퍼그.
    사람마다 이쁘다고 생각하는 기준이 틀려서 다행이예요.
    저 하늘나라 가서는 순돌이도 동네보다 더 넓은 세상 뛰어다니며 놀고 있을거예요.
    그나저나 후꾸가 외롭겠다. ^-^

    2009/07/02 15:08
  2. gamhi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후꾸도 가끔보다보니, 집에가면 좋아서, 거의 비명을 지른다는..

    2011/10/27 23:29
  3. 르미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나가다 사랑스러운 글 읽고 가네요.. 맘이 짠해요-

    2011/10/24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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